[신동아방송 경인 = 김효수 기자]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전국적인 충격을 불러일으킨 지 1년이 지났지만, 전기차 배터리 안전 시스템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더불어민주당·용인시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운행 중인 전기차 117개 모델 중 46개(약 40%)가 주차 상태에서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거나 이를 외부에 전파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차량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 배터리 온도나 전류 이상이 발생해도 운전자나 관련 기관에 알릴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대형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실질적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충전 중에도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는 모델이 10종에 이른다는 점이다.
해당 차량에는 GM의 볼트EV·볼트EUV, 르노의 SM3 Z.E·ZOE·TWIZY, 폴스타의 Polestar2·Polestar4, 토요타의 Lexus RZ450e·Lexus UX300e, 그리고 재규어의 I-PACE EV400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충전 시 배터리 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감지·전파 기능이 없으면 화재 위험이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폴스타4의 경우 올해 9월 한 달간 300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로, 안전성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안전 기능 결함 비율은 더 높았다.
전체 수입 전기차 88개 모델 중 39개(약 44%)는 주차 중 이상 감지·전파 기능이 없었으며, 벤츠의 EQA 250, EQB 300 4MATIC 등 국내 판매 모델 약 20종 전부가 해당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 열폭주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가 지난해 청라 화재 이후 내놓은 ‘전기차 화재 예방 종합대책’ 역시 실효성이 낮은 선언에 그쳤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구형 전기차를 대상으로 BMS 무상 업데이트 및 기능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개선이 완료된 차량은 5개 모델(KG모빌리티 2종, 아우디·폭스바겐 3종)에 불과하다.
전체의 4%에 그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청라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벤츠 EQE 350+조차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차량은 주차 중 화재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주행 중이나 충전 중에만 이상 감지·전파 기능이 작동한다. 충남 아산에서 화재가 발생한 EQC 400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이상감지 자동통보 체계’도 보급률이 매우 낮다.
전기차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소유자뿐 아니라 소방청에도 자동으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올해 상반기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9월 기준 적용 차량은 현대·기아·BMW 일부 모델 약 4만 대 수준(전체 등록대수의 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고가의 프리미엄 차종에 한정돼 있다.
손명수 의원은 “정부가 청라 화재 이후 ‘BMS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차량이 주차나 충전 중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기술 기준 강화와 전 차종 의무화 등 실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영기자 dypark@sdatv.co.kr